이토이랩, 새로운 VR경험이 큰 시장 만들 것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6(G-Star 2016) 현장. 원피스를 입은 한 여성이 조종석 모양의 체험의자에 앉아 있다. 안전벨트를 하고 머리에는 VR 헤드셋을 착용한 이 여성은 운전대 같은 조이스틱을 양손으로 잡고 눈 앞의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잠시 후 위쪽에 장착된 버튼을 누르자 여성은 이내 사막을 달리는 전투차의 사격수로 변해 눈앞의 적들을 향해 거침없이 총을 쏘아댄다.

이토이랩이 개발한 ‘배틀플래닛 VR(가상현실)’는 FPS(First Person Shooting, 게임 플레이어가 자기가 직접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해주는 게임 장르) 게임이다. 지스타 2016에서 처음 공개 된 배틀플래닛 VR는 당시 관람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토이랩 부스를 찾은 게임 관계자들은 콘텐츠 개발 주인공을 확인하고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카카오 게임하기’의 장본인인 박종하 대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박 대표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재직 당시 카카오에 게임센터 사업모델과 오픈 API/SDK 기술모델을 제안할 때만 해도 모바일 게임의 파급력에 대해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1년 여 동안 카카오를 설득한 끝에 2012년 7월 ‘카카오게임하기’가 문을 열었을 때도 주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오를 비롯해 모든 게임업체들이 시장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모바일 게임이 ‘터진’ 것이었다. 
위메이드를 떠난 박 대표는 2015년 7월 이토이랩을 설립했다. VR 시장이 곧 열릴 것이란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결단에 위메이드 개발자들도 대거 동참했다. 

박 대표가 VR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갖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10년 단위로 변화해 온 게임 시장의 흐름이다. 
“2000년은 온라인 게임, 2010년은 모바일 게임 붐이 일면서 게임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냈습니다. 앞으로 닥쳐올 새로운 흐름의 주인공은 VR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박 대표는 그 근거로 “글로벌 게임사들이 앞 다퉈 VR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경은 VR 분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다. 박 대표는 지난 여름 북미 게임쇼 ‘E3’에서 VR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확인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관심에 크게 고무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VR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부동산 가치와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얼마만큼 밀집하느냐에 따라 부동산의 가격이 달라지는데, 도심형 실내 테마파크를 유치해 유동인구를 모으는 방안을 많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백화점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화 중이다. 게임이나 놀이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을수록 인구가 모이고 부동산 가격도 오른다는 얘기다. 중국의 게임기업들이 VR같은 새로운 콘텐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상암동에서 열린 코리아VR페스티벌에서 이토이랩은 실감나는 게임 경험을 제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중국 VR, 부동산 가치와 맞물려 급성장

박 대표는 중국기업들은 VR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고 전했다. 
“E3에서 중국 바이어들의 관심을 확인한 후 중국의 게임쇼 차이나조이에 갔었어요. 한국 기업들은 VR 게임에 대해 멀미나 사용 요금 등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은 반면 중국 바이어들은 콘텐츠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대해 많이 물었습니다. 다시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이라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도 빨리 나올 것이란 긍정적인 모습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VR에 대해서만큼은 앞서 나가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모바일 게임 시장을 연 박 대표가 모바일 게임이 아닌 VR 콘텐츠에 집중하는 속사정은 따로 있다. 수십에서 수백억 원의 마케팅 비용이 요구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스타트업으로서 도저히 대기업들과 경쟁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성공하려면 국내를 벗어나 해외 시장을 겨냥해 대기업들과 전혀 다른 도전을 해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배경을 놓고 고심 끝에 선택한 아이템이 VR을 이용한 홀덤 포커 게임이다. 

앨리스포커VR은 포커 경기의 일종인 ‘홀덤(Hold’em)’을 가상현실로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홀덤은 100년 이상 검증된 게임으로 해외에서는 심리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을 정도죠. 오프라인 대회 1등 상금이 1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정통성 있는 포커대회의 ‘룰’과 게임의 팽팽한 ‘긴장감’을 가상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앨리스 포커VR의 콘셉트를 보여주는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마치 실제로 포커 게임을 즐기듯 딜러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자신의 패를 슬쩍 확인하거나 칩을 밀어놓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특히 앨리스 포커 전용 디바이스는 실제 카드와 포커 칩을 이용하도록 설계돼 포커 특유의 동작을 살릴 수 있다. 스크린 골프장에서 실제로 골프클럽을 휘두르는 것과 같은 행동이 가능한 것이다.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소니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서드파티 계약도 진행됐다. 이토이랩은 올해 안에 상용화가 가능한 모델을 제작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포커가 대중화된 미국을 비롯해 중국에서도 홀덤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며, “텐센트가 최근 출시한 모바일 포커 게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앨리스포커VR에 대한 다른 중국 업체들의 관심이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이토이랩은 모바일 VR게임도 준비하고 있다. 디펜스게임 장르로 개발된 ‘좀비 버스터’는 전후좌우 몰려오는 좀비를 처치하는 VR 슈팅게임이다. 특이한 점은, 좀비들이 귀엽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괴기스런 좀비는 이미 충분히 많다”며 “캐릭터 변형으로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상이 아니라 체감…멀티 플랫폼 전략 필요

이토이랩은 VR 콘텐츠를 PC, 모바일로도 즐길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른바 ‘멀티 플랫폼’ 전략인 셈이다. 기존 아케이드게임기와 체감형 기기의 차이는 ‘VR 스크린’같은 온라인으로 업데이트 가능한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 납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모바일과의 연동도 놓칠 수 없다. 
“아직 제대로 된 VR 게임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VR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떤 디바이스가 됐든, VR이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날이 멀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출처] 이토이랩 "새로운 VR경험이 큰 시장 만들 것"|작성자 문화기술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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